Joel's dev blog: journals

스타트업 초기 개발자 #2

October 10, 2020

6 min read

스타트업의 초기, 보통 구성원의 수로 따지자면 1명에서 15~20명 사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극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체계가 아직 잡혀있지 않은 스타트업일수도 있고.

어느 기준이든, 초기인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개발자는 다음과 같은 덕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덕트의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본인이 만드는 제품이 뭔지도 모르고, 왜 만드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기능 하나만 개발하려고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왜?

일단은 개발할 때 99% 문제가 생긴다.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거나, 개발자가 디자인에 의구심을 품는다던가, 디자인 팀에서 넘어온 UX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던가. 아니면 요구사항이 중간에 바뀐다던가, 기획할 때 미처 기획되지 못한 어느 한 부분이 개발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던가. 스타트업 초기일수록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니면 어느 이유에서든 일하는 프로세스가 잡혀있지 않을 때.

이런 문제를 직면하게 되면, ‘기능만 개발하는 개발자’는 그냥 진짜 그 기능만 그대로 개발하고 끝을 낸다.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회의도 하지 않는다. 그냥 본인이 발견한 건 본인의 마음 속에만 남겨두고 끝낸다. 그러고는, 나중에 기능이 배포될 시점에 ‘어 이거는 왜 이렇게 됐나요?‘라는 질문이 쇄도하면 ‘그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었어요.‘라는 짧은 말만 남긴다.

아니, 무슨 외주인가? 이와 같은 개발자는 같은 회사 안에서 일하면서도 외주를 맡겼을 때 벌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무도 막지 않는 이상, 이런 개발자는 이런 방식으로 본인이 자꾸 본인이 생각하는대로 기능과 제품을 꾸며나가게 된다. 그러면 유저가 원하는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구현체가 나오게 된다. 그리고 나서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하면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린다. 물론 다른 사람 탓도 있겠지. 그렇지만 당신도 개발(자판을 쳐서 코드를 적는 행위)만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사람의 특징이 또 한 가지 있다. 업무 시간에 여러 차례 지나가며 보게 되면 딴 짓을 하고 있다. 물론 급한 카톡이 와서 몇 분 정도 폰을 붙잡고 대화를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내가 우연찮게 지나가다가 볼 때마다 그러기는 쉽지 않지 않은가. 그러면서 왜 일을 안하냐고 물어보면 하는 얘기라고는 “할 일 다 끝냈는데요”다.

외주에서나 나오는 말을 쉽게도 한다. 본인이 회사에서 내외주(internal outsourcing, 한국어로 어떻게 말할지는 모르겠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다. 프로덕트의 컨텍스트를 충분히 이해하며, 유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 이런 말은 나올 수가 없다. “할 일 다 끝냈는데요”는 회사가 수십억이나 수백억을 받고 exit 했을 때 하는 말이고. 그때까진 할 일은 항상 산더미다. 특히나 스타트업에서, 당신의 할 일이 끝날 확률은 0%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통 이런 말을 하기 십상이다.

본인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 행동과 말을 곱씹어보라. 한번이라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생각해 본다면 답은 나온다.


Written by Joel Mun. Joel likes Rust, GoLang, Typescript, Wasm and more. He also loves to enlarge the boundaries of his knowledge, mainly by reading books and watching lectures on Youtube. Guitar and piano are necessities at his home.

© Joel Mun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