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October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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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어쩌다 단풍 얘기가 나와서 그 때 위를 보니 정말 노랗게, 예쁘게 익은 은행나무가 하나 있었다. 인간이란 게 기뻤다. 그런 나무를 보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나 자신에게, 그리고 은행나무에게 미안했던 점은 2020년 들어 가을이 이제 막 끝나가는 이 시점에 단풍물이 들은 나무를 처음 봤다는 것.
지금이 벌써 10월 27일.
길거리에 떨어지고 짚밟힌 은행은 그렇게 많이 봤는데. 냄새가 정말 고약한 것도 알고 있었는데. 내 시선은 땅바닥에만 고정되어 있었구나. 은행나무가 그렇게 많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도 모르고 있었구나. 숨지도 않은, 떳떳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들을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책이나 읽으며 지나갔다니. 맘껏 예쁨받고 뽐낼 시간이 지금뿐인 은행나무는 무슨 죄인가?
이제 겨울이 되면… 기회는 오래 기다려야만 다시 온다. 은행나무와 나에게 모두.
출근길에 몇 초는 잠시 멈춰서 하늘을 바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