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신고
August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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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을 올린 지 8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생각 정리도 좀 할 겸 몇자 끄적여보기로 했다. 어차피 일상의 90퍼센트를 영어로 생활하지만 마음의 소리가 나오게 하기엔 난 한국어가 아직 좋은 것 같다.
일단은 잘 살고 있다. 일을 하고 있고, 가장 감사한 게 홍콩에 남아서 일을 구했다는 점이며, 내가 일한만큼 돈을 실제로 줄 수 있는 회사가 있어서 정말로 감사했다. 내가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 알아주고 그것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해 주는 곳이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 그리고 내가 그토록 한국에 일하러 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 한국은 진심이지 너무 많은 것들을 따진다. 나이, 학벌, 경험, 일 하는 시간 … 등등. 도대체 뭐가 중요한가. 그냥 일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일은 어렵다. 새로운 것들을 거의 혼자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고 팀 전체가 나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겠는가. 그만큼 나에게 걸은 것이 있다면 그 정도는 거뜬히 해 줘야지.
내 친구들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다. 단기적 끈기는 있지만 장기적 끈기가 없다. 무엇이든 2-3개월은 곧잘 잘 하지만, 그 이후로 넘어가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사태가 많이 발생한다. 난 이제 이걸 고치기로 했다. 특히 일에서 그렇다. 체력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이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일로부터 보람을 잘 느끼지 못한다.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싶다. 내가 보통의 월급쟁이의 삶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최선을 다해도,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명예와 보상은 거의 동일하다. 자본주의 안에 숨겨져 있는 사회주의랄까. 그리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분명 후회할 것이라는 걸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인생동안 막판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더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는데 잃은 게 너무 많았다. 이제는 그것들을 없애려고 한다.
기회는 항상 오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것이 왔다면 그것에 대해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세상 많은 것들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이 세상 대부분의 것들은 누군가의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신이 매일같이 방문하는 포털 사이트, 당신이 사용하는 이케아 테이블, 모니터, 키보드, 아침에 먹은 당근, 시리얼, … . 당연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배어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지 사실은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정성과 피땀이 있지 않았다면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이유도 없다.
일주일 후에는 이사를 간다. 이제는 더 좋은 집으로 갈 시간. 이사를 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같이 살던 친구와 얘기가 잘 되어서 다행이다. 같이 사는 친구도 이제는 더 좋은 집에서 따로 살기를 원했기 때문에. 1년동안 함께 살면서 많이 친해졌고 서로의 분야에서 엄청나게 성장했다. 미래에는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많이 들고 실제로 그런 얘기도 했다. 이 친구는 정말 뛰어난 친구인데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건강해야 한다. 최근에 키보드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손가락에 관절염 증세가 왔었는데 지금은 자연적으로 호전이 많이 된 상태다. 몸의 한 부분이라도 잘못되면 자주 신경이 쓰이고 결국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3-4월부터 헬스장을 가기 시작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6월에 멈췄다. 이사가면 아파트 단지에 헬스장이 있어서 거기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연말에는 좀 쉴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가족, 친구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 엄청 일해야지!
모두 화이팅이다 진짜로…🙏🏼